회생기업 M&A에서 인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정작 눈에 보이는 부채가 아닙니다.
재무제표에 잡혀 있는 채무는 회생계획을 통해 탕감되거나 변제 일정이 정리되므로 어느 정도 계산이 섭니다. 인수자를 망설이게 하는 것은 오히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인수 후에 터질 수 있는 위험, 이른바 우발채무입니다.
최근 한경비즈니스가 보도한 홈플러스 사례는 이 구조가 실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는 지난 5월 슈퍼마켓 사업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에 영업양도계약 방식으로 먼저 떼어 팔았고, 이어 대형마트와 온라인사업 등 회사 본체까지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이 정한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7월 3일까지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홈플러스가 처음부터 회사 전체를 한 번에 판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전체 사업부문 매각을 시도했지만 입찰자를 찾지 못했고, 그러자 알짜 자산으로 꼽히는 익스프레스만 떼어내 영업양도 방식으로 먼저 처분했습니다. 법인 전체를 통째로 인수하면 과거 법인격에 딸려 올 미지의 위험까지 떠안아야 하지만, 영업양수도는 사업 그 자체만 새 그릇으로 넘기는 거래이기 때문입니다.
영업양수도가 회생 M&A 실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인에 잠재된 우발적 리스크를 인수자로부터 차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무 리스크입니다.
회생기업은 과거 수년간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회사인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세무 신고나 회계 처리가 완벽했으리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인수자가 법인 자체, 즉 지분을 인수하면 인수 시점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과거 사업연도의 누락이나 오류가 훗날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으로 이어졌을 때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세무조사는 인수 이후 몇 년이 지나서도 나올 수 있고, 가산세까지 더해지면 그 규모를 사전에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얼마짜리 리스크인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가는 셈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수 자체가 무산될 위기가 자주 발생합니다. 사업에는 분명 가치가 있는데, 법인에 딸려 올 미지의 위험 때문에 인수자가 발을 빼는 상황입니다. 이때 거래를 살려내는 구조가 영업양수도입니다.
영업양수도는 회사라는 법인격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가 영위하던 영업을 떼어내어 인수자에게 이전하는 거래입니다. 인수자는 새로 설립한 법인 또는 자신의 기존 법인을 그릇으로 삼아, 필요한 자산과 계약, 인력, 인허가 등 사업 그 자체만 넘겨받습니다. 과거 법인격에 귀속되어 있던 세무상 우발채무나 숨은 분쟁은 양도하는 회생법인에 그대로 남고, 인수자가 가져온 영업으로는 따라오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인수자는 과거의 꼬리를 끊고 깨끗한 상태에서 사업을 이어받게 됩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거래에서 NS홈쇼핑이 익스프레스 채무 일부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거래가 짜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무엇을 가져오고 무엇을 남길지를 계약으로 설계할 수 있는 것이 영업양수도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회생절차의 관점에서 보면 이 구조는 양쪽 모두에게 출구를 열어 줍니다. 인수자는 떠안을 수 없는 위험을 차단했기 때문에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 안심하고 인수대금을 납입할 수 있고, 회생법인은 그 양도대금을 변제재원으로 확보해 채권자에게 분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익스프레스 매각으로 확보하려는 자금과 본체 매각 대금은 미지급 채권 상환과 회생계획 인가 가능성을 높이는 재원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인수를 포기시켜 사업 가치를 사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분리해 대금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설계해 주는 것, 이것이 영업양수도의 본질적인 효용입니다.
실무적으로는 회생계획 인가 전이라도 채무자의 회생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영업을 양도할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익스프레스 영업양도는 법원 허가를 받아 회생절차 관리인이 집행하는 절차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경우 평상시 요구되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대신 법원의 허가가 그 절차를 갈음하므로, 가치가 더 훼손되기 전에 신속하게 거래를 종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함께 따라옵니다.
다만 몇 가지는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우발채무를 차단하는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양도 대상이 되는 영업의 범위를 계약상 명확히 특정해야 하고, 개별 계약과 인허가의 이전에 상대방 동의나 행정청 승인이 필요한지 미리 점검해야 합니다. 또한 근로관계 승계 문제, 그리고 양도가액이 청산가치 이상으로 책정되어 채권자에게 불리하지 않은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회생절차에서는 통상 공개 매각과 조사위원의 가치 평가를 거쳐 양도가액의 적정성을 담보합니다.
홈플러스 사례는 이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매각이 지연되면서 익스프레스 가치가 2024년 추정치의 12% 수준으로 떨어졌고, 본체 매각 역시 마땅한 인수 후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영업양수도가 위험을 끊어내는 유효한 도구이긴 하지만, 결국 매각 시점이 늦어질수록 사업 가치 자체가 훼손된다는 점, 그리고 매각 구조 설계만으로는 시장 수요까지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점을 함께 보여줍니다. 그만큼 회생기업의 영업양수도는 타이밍과 구조 설계가 함께 맞물려야 성과로 이어집니다.
정리하면, 영업양수도는 사업의 가치는 인정되지만 법인에 숨은 위험, 특히 향후 세무조사 같은 우발적 부담 때문에 인수자가 통째 인수를 주저하는 경우에, 그 위험을 끊어내고 인수대금이 납입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방식입니다. 인수를 포기시키는 대신 거래를 성사시키는 실용적인 해법인 셈입니다.
회생기업 인수나 매각을 검토하고 계시다면 로집사 회생M&A센터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