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올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 수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전망입니다. 회생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은 2022년 1,004건에서 2025년 2,282건으로 약 2.3배 늘었고, 올해는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 만에 859건이 접수돼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6% 증가했습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와 부동산 PF 부실이 겹치면서 취약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도산이 잇따르는 흐름입니다.
이 기사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회생 대비 파산 신청 비율입니다.
이 비율은 2022년 1.52배에서 최근 1.73~1.77배로 벌어졌습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이 부채 조정과 경영 정상화를 노리는 회생 대신, 곧장 파산이라는 청산의 길을 택하는 경우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입니다. 기사는 이를 재기를 포기하는 현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기업은 회생이 아니라 파산을 택할까요. 실무에서 보면 이유는 분명합니다.
먼저 회생과 파산이 무엇이 다른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생은 회사를 살리는 절차입니다. 채무를 조정하고 변제 일정을 다시 짠 다음, 영업을 계속해 벌어들이는 돈으로 빚을 갚아 나가며 회사를 존속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반면 파산은 회사를 정리하는 절차입니다.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될 때, 회사의 자산을 모두 환가해 채권자들에게 순위에 따라 나눠 주고 법인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회생이 재기의 길이라면, 파산은 질서 있는 종료의 길입니다.
그런데도 파산을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회생의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회생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을 때, 즉 회사를 살려서 영업을 이어가는 편이 지금 당장 자산을 처분해 나누는 것보다 채권자에게 더 유리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영업 자체가 만성 적자이고 시장 전망도 어두워 살려둬도 가치를 회복할 가망이 없다면, 법원도 회생계획 인가를 내주기 어렵습니다. 이런 회사는 회생을 신청해도 결국 폐지되어 파산으로 넘어가므로, 처음부터 파산을 택하는 편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합리적 선택이 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회생에 필요한 운영자금과 변제재원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회생절차는 영업을 계속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그동안 직원 인건비와 거래대금을 계속 지급할 운영자금이 필요하고, 회생계획에 따라 채권자에게 변제할 재원도 확보해야 합니다. 매출이 끊기고 추가 자금 조달도 막힌 기업은 이 재원을 댈 수 없습니다. 변제할 돈을 만들 길이 보이지 않는데 회생계획을 세울 수는 없으므로, 결국 파산으로 방향을 틀게 됩니다.
세 번째 이유는 파산이 경영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명확한 정리와 면책의 출구를 열어 준다는 점입니다.
가망 없는 사업을 회생이라는 이름으로 끌고 가면, 그사이 거래처와 채권자의 손해만 계속 누적되고 경영자의 개인 부담도 함께 불어납니다. 차라리 파산으로 자산을 신속히 환가해 채권자에게 배당하는 편이 손실을 더 키우지 않는 길일 수 있습니다. 법인은 파산으로 소멸하면서 채권채무 관계가 정리되고, 대표자도 보증채무 등이 남는 경우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을 통해 새 출발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이유는 책임 문제를 정리하는 측면입니다.
회사 자산이 부족한 상태로 사업을 무리하게 이어가면,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하거나 자산을 빼돌렸다는 의심을 받아 사후에 부인권 행사나 형사 책임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파산관재인이 선임되어 자산을 공정하게 환가·배당하는 파산절차를 밟으면, 정리 과정 자체가 법원의 감독 아래 투명하게 진행되므로 경영진이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파산이 늘었다는 통계가 곧 회생을 포기하라는 신호로 읽혀서는 안 됩니다.
기사가 지적하듯 회생 대신 곧장 파산을 택하는 흐름에는, 정말로 회생 가능성이 없어서인 경우도 있지만 회생이라는 선택지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지레 포기한 경우도 섞여 있습니다. 살릴 수 있는 사업을 너무 일찍 접으면 정작 회복할 수 있었던 가치를 사장시키는 셈이 됩니다.
핵심은 타이밍과 진단입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을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의 비교, 그리고 운영자금과 변제재원의 조달 가능성입니다. 이 진단이 회생과 파산의 갈림길을 결정합니다. 살릴 수 있는 회사라면 회생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살리기 어려운 회사라면 파산으로 손실을 키우지 않고 질서 있게 정리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둘 다 똑같이 채무자와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며, 어느 쪽이 맞는지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회생과 파산 중 어느 길이 맞는지 판단이 서지 않으시거나, 거래처의 도산으로 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로집사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